말의 나무/천일번제

[제183번제] 사랑한다 - 정호승

koc/SALM 2010. 11. 3. 10:42

사랑한다

정호승 지음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덧붙이는 말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작권은 정호승 님께 있습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