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나무/천일번제

[제81번제] 나, 그대 사랑하지 않으리.

koc/SALM 2010. 8. 14. 17:10

낮에는 하품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입을 벌리고 하품할 때, 그대의 웃음소리 들리는 듯하기에…….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다른 이에게 쓰던 편지도 어느새 그대를 위한 말로 가득 차 버리기에…….

하늘을 보지 않습니다.
   저 맑은 하늘은 그대의 눈동자처럼 맑기에…….

눈을 감지 않습니다.
   그대 얼굴 떠올라 견딜 수 없기에…….

나, 그대 사랑하지 않으리.
   아무 때고 하품할 수 있을 테고…
   편지도 맘껏 쓸 수 있을 테고…
   저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테고…
   피곤하면 눈감아 볼 수도 있을 테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 그대를 사랑해 버렸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